혈압이라는 건 참 묘한 수치입니다. 가만히 앉아 있었는데도 갑자기 높게 나오기도 하고, 며칠 전에는 정상이었는데 오늘은 이상하리만치 낮게 나오기도 하죠. 그러다 보면 ‘내가 지금 병이 있는 건가?’ 싶은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사실 혈압이라는 건 몸 상태에 따라 조금씩, 혹은 꽤 크게 변할 수 있는 지극히 ‘살아 있는 숫자’입니다. 특히 시간대나 측정 자세에 따라 차이가 나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사람의 혈압은 하루 중에도 오르락내리락 합니다. 이를 ‘일중 혈압 변화’라고 하는데, 보통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혈압이 높아지기 시작해서 오전 중에 가장 높아지고, 오후로 갈수록 조금씩 내려가는 흐름을 보입니다. 저녁이 되면 다시 안정되고, 잠잘 때는 가장 낮은 상태로 떨어지죠. 그래서 아침에 측정했을 때와 오후에 측정했을 때 수치가 다르게 나오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특히 기상 직후나 출근 준비로 분주할 때, 혹은 카페인 섭취 후에는 혈압이 일시적으로 높게 나올 수 있습니다.
자세도 혈압 수치에 영향을 줍니다. 앉아서 잰 혈압과 누워서 잰 혈압은 다르게 나올 수 있는데요, 일반적으로는 앉아서 측정하는 것이 표준입니다. 이때도 다리를 꼬거나 허리를 구부린 채로 재면 혈압이 높게 측정될 수 있습니다. 팔이 심장보다 높거나 낮은 위치에 있어도 오차가 생깁니다. 그래서 병원에서도 팔을 심장 높이에 맞춰 측정하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어요.
정확한 혈압 측정을 위해서는 몇 가지 기본 원칙이 있습니다. 먼저, 측정 전 최소 5분 정도는 안정을 취해주세요. 커피나 흡연, 운동은 측정 전 30분 이내에는 피하시는 게 좋습니다. 자세는 등을 등받이에 기대고, 발은 바닥에 편안히 붙인 상태로, 다리는 꼬지 않고 앉아야 합니다. 팔은 심장 높이에 맞춰서 올려놓고, 커프(압박 밴드)는 팔뚝의 굵기에 맞게 적절히 감겨야 합니다.
또 한 가지 팁은, 한 번만 재고 끝내지 말고 1분 간격으로 두세 번 반복해서 측정한 뒤 평균을 내는 방식이 더 정확하다는 점입니다. 집에서 재는 경우, 하루 중 같은 시간대에 꾸준히 측정해서 자신의 혈압 패턴을 기록해두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결국 혈압은 숫자 하나에 너무 일희일비하기보다는, 변화의 흐름을 보는 게 더 중요합니다. 조용한 환경, 안정된 상태, 올바른 자세에서 정기적으로 측정하는 것. 그게 혈압과 조금 더 친해지는 첫걸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짧막한 정보
혈압 측정 시 시간대나 자세에 따라 수치가 달라지는 이유는 무엇이며 올바른 측정법은 무엇인가요?
The greatest glory in living lies not in never falling, but in rising every time we fall. – Nelson Mande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