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보감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왠지 옛날 한의원이 떠오르기도 하고, 어딘가 손때 묻은 종이책이 머릿속에 그려지기도 합니다. 실제로 마가보감은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가 집필한 의학서 ‘마과회통’을 바탕으로 전염병 대응과 예방에 초점을 맞춘 실용 중심의 의학서입니다. 이름은 다르지만 뿌리는 같고, 목적은 분명합니다. 사람을 살리기 위한 기록이죠.
이 책의 중심에는 두창, 즉 천연두가 있습니다. 지금은 예방접종으로 쉽게 막을 수 있는 병이지만, 당시에는 생명을 위협하는 큰 재난과도 같았던 병이었죠. 그래서 마가보감은 천연두에 걸린 환자들의 사례를 통해 병의 진행 양상을 상세히 설명하고,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을 체계적으로 담아냈습니다.
전체 구성은 꽤 실용적이에요. 병의 개요부터 시작해서 예방 방법, 증상별 대응법, 사용하는 약재의 종류와 처방 사례까지 이어집니다. 단순한 병명이나 처방 나열이 아니라, 실제로 마주할 수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알려주는 식입니다. 약재에 대한 설명도 단순히 '효과 있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체질과 어떤 상태에 맞는지를 나누어 서술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종두법의 도입이에요. 지금으로 치면 백신 개념인데, 이덕무는 서양의학에서 들어온 이 방법을 받아들이고 조선식으로 정리해 소개했습니다. 이 책이 조선 후기에 쓰였다는 걸 감안하면, 꽤나 혁신적인 접근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가보감은 단순히 의학 정보만 나열한 책은 아닙니다. 질병을 대하는 마음, 환자를 대하는 태도까지도 함께 담고 있습니다. 병에 걸린 사람만 치료의 대상이 아니라, 그 주변을 둘러싼 이들도 함께 살리려는 의지가 느껴져요. 어떤 부분은 의학서라기보다 생활 기록처럼 읽히기도 합니다.
지금 우리가 마가보감을 다시 꺼내보는 이유는 단지 역사적 가치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병을 바라보는 인간적인 시선, 지식을 나누려는 노력,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시대적 고민이 여전히 우리와 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고전이란 그런 게 아닐까요. 오래된 기록인데, 지금을 비추는 거울 같은 것.
짧막한 정보
마가보감의 주요 내용과 구성은 어떻게 되나요?
The greatest glory in living lies not in never falling, but in rising every time we fall. – Nelson Mandela